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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를 읽으면서 투명성과 소통간에 바라보는 측면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에 재직시 사장님이 조언해 준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당시 저는 사장님의 직속 참모로서 혁신을 담당한 상무였는데, 조직에서 성장한 입장이 아니라 외부에서 특채된 입장에서 본부장과 임원에 대한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번은 사장님께 보고를 하러 들어갔더니 해당 본부장 혹은 임원에게 요청하는 이메일을 발송할 때 사장님을 참조로 넣어보라는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그때 모든 팀장급 이상의 임직원들은 이메일을 즉시 읽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지금의 스마트폰 전신인 블랙베리폰을 지급하여 저를 포함한 모든 팀장 이상이 수시로 이메일 도착여부를 확인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 사장님의 이 조언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래 글에서 설명된 것처럼 제가 사장님을 참조로 넣어 이메일을 보낼수록 본부장 혹은 임원의 반응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해당 본부장 혹은 임원이 답변을 보내기전에 사장님이 바로 지시를 내리면 본부장 혹은 임원은 자신의 권한과 역할을 침해당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참조로 넣는 순간 해당 이메일의 내용은 투명하게 공유가 되지만 사장님이 감시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자칫 해당 본부장 혹은 임원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통방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단톡방은 정보를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편리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민감한 내용에 대하여는 상대방이 원하는 소통 채널로 상대방과 공감을 이루지 않으면 양자간의 신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톡방에서 투명한 소통 조직신뢰 훼손하는 이유 (카카오)

[비즈니스 인사이트-141] 최근 업무상 커뮤니케이션에도 카카오톡을 많이 이용하면서 이른바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도 활성화되고 있다. 보통 업무나 프로젝트에서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고 팀원 간 협동을 장려하기 위해 관련된 팀원들 모두가 단톡방에 초대돼 투명한 의사소통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이런 소통의 투명성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조직관리와 리더십 전문가인 데이비드 크레머 케임브리지대 Judge Business School 교수는 전자 커뮤니케이션상에서의 투명성이 오히려 조직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소개했다.

크레머 교수는 이를 이메일 참조(cc) 관련 실험을 통해 설명했다. 크레머 교수 연구팀은 직장인 594명에게 동료로부터 받는 이메일에 직장 상사가 참조(포함)된 경우를 단계별로 상상하게 한 뒤 동료에게서 얼마나 신뢰받고 있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실험 결과 이들은 이메일에 상사가 더 많이 포함될수록 동료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나아가 상사가 더 많이 포함될수록 심리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으며 전체 조직 문화의 신뢰 수준 역시 낮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 크레머 교수는 이에 대해 전자 커뮤니케이션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업무의 효율성과 팀원 간 협동을 높이기 위한 만능 해결책이 아니며, 오히려 팀원 간 소통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료·조직 간 신뢰에 회의를 느낀 팀원들이 자신이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느낌으로써 입을 닫게 된다는 것이다. 크레머 교수는 소통의 투명성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되며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레머 교수는 조직의 상급자들에게도 이 점을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상급자들은 만약 자신이 팀원들 간 이메일에 불필요하게 많이 포함되고 있다면, 조직 간 신뢰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레머 교수는 상급자들이 아래 팀원들로 하여금 소통에 있어 항상 상사를 포함시킬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필요한 단계에서만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오피스365(Office365), 슬랙(Slack), 야머(Yammer) 등과 같이 관련된 모든 이들을 포함시켜 소통과 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크레머 교수는 필요한 경우 조직 또는 상급자가 관련 팀원을 모두 소통에 포함시키는 목적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이들이 이를 평가나 감시의 일환으로 느끼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단톡방으로 돌아가보자. 필요한 경우 관련된 팀원을 모두 초대하는 단톡방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업무에 관한 모든 대화를 해당 채널에서만 나누게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소통의 투명성 그 자체만 추구한 나머지 팀원들 간 신뢰를 손상시키고 그들의 입을 닫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급자나 팀 전체가 알 필요가 없는 개인의 업무 내용은 다른 채널을 통해 소통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상급자는 이에 대해 단톡방에서 꼭 논의돼야 할 사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설정해주는 한편 단톡방을 팀원들에 대한 평가 또는 감시 목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

[박종훈 기업경영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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