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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길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저도 걷는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올레길에 고마움을 느끼고 항상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사 내용을 읽으면서 소통은 마주 앉아서 대화를 해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환경, 즐거운 분위기는 진정한 소통을 하도록 마음을 여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해 줍니다.
함께 걷는 것은 동행자와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비단 제주올레가 아니더라도 걷기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소통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사 속에 있는 것처럼 상대방이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은 진정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인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사에 보통되는 조직의 리더들이 소통행보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과연 그것이 진정한 소통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많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쉽게 할 수 있는 소통을 잘 들여다 보면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소통인 쇼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통의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소통이 될 때 진정한 소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올레 10년] ① 길을 넘어 치유와 희망, 소통의 장으로

송고시간 | 2017/09/03 07:51
가족·동료와 함께 걸으며 진솔한 대화…다시 찾은 삶의 희망

[※ 편집자 주 = 제주 올레길이 탄생한 지 올해로 꼭 10년을 맞았습니다. 2007년 9월 7일 제주도 동쪽 1코스가 개장한 것을 시작으로 총 길이 425㎞의 26개 코스가 완성됐습니다. 그동안 올레길을 찾은 탐방객은 770만명을 넘었고, 걷기 여행 붐을 일으키는 등 국내외 다른 지역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10주년을 맞은 제주올레의 발자취와 올레길의 매력, 관광·경제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진단해봅니다.]

제주올레 14코스인 제주시 한림읍 금능리 해안에서 제주 전통 고기잡이 시설인 '원담' 위를 걷는 올레꾼들[연합뉴스 자료사진]
koss@yna.co.kr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놀멍 쉬멍 꼬닥꼬닥(놀며 쉬며 천천히)'

제주올레 여행을 소개할 때 어김없이 붙는 수식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사에 치이고 일에 쫓겨 앞만 보며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치유와 여유를 제주올레 여행에서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은 지친 심신을 달래는 방법으로 '걷기'를 선택했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겪은 치유의 경험을 제주올레에 투영했다.

제주올레 10코스를 걸으며 가을 정취를 즐기는 올레꾼들[연합뉴스 자료사진]

◇ 딸·아들 마음속 이야기 듣게 해준 '올레 가족여행'

제주올레 탄생 10주년을 맞아 진행된 '나의 제주올레, 우리의 이야기' 공모전에는 올레길 위에서 겪은 치유의 이야기, 인생의 고민을 덜어낸 사연, 삶의 새로운 의미를 되찾은 이야기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대상을 받은 나선씨는 딸, 아들과 함께 올레를 걸으며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눈 내린 곶자왈을 걸을 때는 눈밭에 쓰러져 온몸으로 눈을 감상하고, 걷다가 무인 커피숍이 나오면 꼭 들어가 차 한잔을 마셔야 한다고 우기고, 무인 감귤판매대를 신기해하며 그냥 지나가지 못했다. (중략) 가족과의 올레 걷기는 사람을 단순화시키고, 사소한 것으로도 웃게 만들었다. 행복감이 이렇게 쉽게 오는 것에 우리 모두 놀랐다."

나선씨는 딸이 초등학생 때 학교생활에서 겪은 어려움을 뒤늦게야 알게 돼 일찍 조치해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면서 딸과 대화하기 위해 올레 여행을 선택했다.

몸이 힘든 날도 말없이 견디며 꿋꿋이 걷던 나선씨의 딸은 어느 날 뜬금없이 울면서 자신의 아픔을 표현했다.

나선씨는 "천천히 느리게 표현하는 아이에게 걷기를 통해 많은 시간을 함께 해서 마음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줬다"며 "이렇게나 표현을 잘하는 아이인데, 기다리지 못하고 급하게 서둘렀던 엄마로서 미안했다"고 했다.

아들이 이른바 '중2병'을 겪던 시기에 엄마만 보면 인상을 찡그리고 말 한마디도 좀처럼 건네려 하지 않을 때도 올레길을 걸으며 대화를 풀어나갔다며 올레 여행이 가져다준 가족의 사랑과 추억을 회고했다.

제주 가파도 올레길 청보리밭 사이로[연합뉴스 자료사진]

◇ 불편한 몸으로 찾은 올레길…그 길 위에서 찾은 삶의 희망

올레길 관리 비용 마련을 위해 진행 중인 제주올레 10주년 스토리펀딩(storyfunding.kakao.com/project/16917)에서도 올레길에서 삶의 희망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7년간 재활치료를 받은 아버지의 올레 여행을 담은 조아라씨의 이야기도 그중 하나.

조씨의 아버지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오른쪽 팔과 다리 사용이 불편해지고 언어능력과 인지능력도 떨어진 상황에서도 올레 여행을 준비했다.

병원에서 친해진 다른 환자들과 함께 올레길을 걷기 위해 틈나는 대로 집 주변을 걷거나 등산을 하며 준비했고, 결국은 제주올레 걷기축제에 참가했다.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경사진 언덕길을 내려오고, 두 다리가 불편하면 엉덩이로 앉아 언덕을 내려오기도 하면서 올레를 뚜벅뚜벅 걸었다. 둘째 날에는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멈추지 않고 계획한 일정을 완주했다.

조씨는 올레길을 걸은 뒤 자신감을 찾은 아버지를 보면서 "여행을 그저 일상의 쉼으로만 생각했던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며 "몸의 불편함을 극복하고 스스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애썼을 아빠의 열정이, 서툴지만 끝까지 성취해낸 아빠의 끈기가 나를 변화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올레길 도전에 도움을 준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일상을 되찾아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올레 3-B코스 걷는 올레꾼들[연합뉴스 자료사진]

◇ 진정한 '제주의 맛'…너도나도 '올레 홍보대사' 자청

올레길 단골 탐방객을 일컫는 올레꾼 중에서는 올레길을 통해 진정한 제주를 맛볼 수 있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제주올레 10주년 스토리펀딩에서는 올레길에 푹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잇따라 연재된다.

서명숙 이사장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425㎞ 길이의 올레길 유지·관리를 도맡는 제주올레 탐사팀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제주를 수십 번 여행했지만 올레길을 걸으면서 비로소 제주의 속살을 발견했다는 가수 양희은씨, 제주올레 걷기축제까지 참가하는 등 올레 관련 일이라면 어디든 나서는 영화배우 류승룡씨 등 유명 인사들이 전하는 제주올레 이야기도 소개된다.

오는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리는 '제주올레 10주년 토크 콘서트'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각계각층의 올레꾼들이 제주올레를 통해 느낀 감동을 공유한다.

10년의 세월 간 수많은 이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한 제주 올레길. 단순한 길을 넘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아픔을 감싸주는 소통과 공감, 치유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toz@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9/03 07:5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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