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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참여

모임의 해산

이상훈 퍼실리테이터 2017. 3. 20. 16:53

모임을 해산시키는 것은 모임을 만드는 것보다 어렵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모임을 통해 교류한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 아쉽고,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헤어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임의 리더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모임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생기므로 불가피하게 모임을 해산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제가 처음 모임을 해산하기로 생각했던 것은 스마트평생교육협동조합입니다. 이사장을 맡고 재기를 꾀하다가 더 이상 조합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해산을 생각한 것입니다.


특히, 협동조합은 법인이므로 해산도 쉽지가 않습니다. 정식절차로는 세무서에 폐업신고를 하고, 공개 공지를 통해 청산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하지만 주식회사에 준하여 폐업 후 5년이 경과하면 직권으로 해산시키는 절차가 있어 이를 따르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새로운 리더로 나서는 사람이 생깁니다. 저의 경우에도 새로운 리더에게 인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행정절차가 미비하여 현재는 등기상으로는 제가 이사장으로 되어 있고,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이사장 역할을 하고 있는 혼돈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리더도 더 이상 조합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이번 총회에서는 해산결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는 법적인 조직으로 성립하였다가 해산하는 경우이지만, 대부분은 임의적인 모임으로 있다가 해산되는 경우가 더 많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경우 개인간의 관계를 굳이 단절할 필요는 없겠지만, 모임을 해산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줄 것인지 여부는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합니다. 모임의 목적을 달성한 경우라면 명확히 하는 것이 나을 수 있겠지만, 친목모임의 성격이 강했다면 만남의 기회가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소멸할 수도 있습니다. 해산을 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마지막 모임을 공지하여 만나면 오히려 정리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동창회의 경우 오랫동안 보지 않다가도 바쁜 일상이 정리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굳이 해산을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시간이 없어 만남의 기회가 몇번 연기된 후 결국 안 만나다가 필요를 느껴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모임을 법적인 단체로 본다면 공식적인 내용이므로 해산이라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개인간의 관계망으로 본다면 비공식적인 내용이므로 굳이 해산이라는 절차는 필요없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모임도 생명체에 준하므로 출생이 있고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으며 사망이 있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안락사처럼 근근히 모임을 지속하기보다는 명확히 소멸을 선언하는 것이 모임구성원들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맺음이 있어야 다른 모임의 탄생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맺음을 공식적으로 할 수 없다면 리더의 마음에서 비공식적인 종결로 처리하는 것이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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