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소통과 참여

소통과 참여가 성과를 보장할 수 있을까?

이상훈 퍼실리테이터 2017. 4. 12. 22:35

공공기관의 요청으로 주민 워크숍을 진행해 보면 의뢰자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피드백을 합니다. 통상적으로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번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데 어느 정도까지는 의뢰자가 참아 줍니다. 왜냐하면 워크숍에 참여했던 주민들은 대부분 만족한다는 피드백을 주기 때문입니다.


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워크숍의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워크숍을 개최하기는 하는데 담당 공무원들은 그다지 미덥지 않다는 의견을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저는 직업인으로서 이 부분에 대하여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여 답을 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퇴근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소통과 참여를 통해 워크숍의 목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 질문 속에는 소통과 참여가 성과를 거두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성과"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워크숍에 참여한 주민들이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성과가 아닌 것인가? 성과의 기준치를 결정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워크숍을 의뢰한 사람이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성과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워크숍을 진행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성과를 거두는 대안이 있을까? 의뢰자가 기대하는 성과가 전문가적인 수준이어야 한다면 워크숍 구성원을 주민으로 구성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하여 나름대로 제 의견도 떠올랐습니다. 그 의견이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대안을 찾아야 하는 입장으로 생각을 해 봅니다.


주민 참여회의를 하지 않다가 새롭게 도입하는 경우 분명 장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우선 주어진 문제를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차이가 클 것입니다.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그 문제가 자신의 업무이므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참여하는 주민의 입장에서는 단지 개인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면 회의 몰입도가 달라지므로 성과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현재 주민 참여회의는 참여자들의 목표인원이 있어 불가피하게 동원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경우 자발적인 참여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므로 성과에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단기간에, 그리고 짧은 시간에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한다면 숙고의 시간이 필요한 주제의 경우 즉흥적인 아이디어만 도출되어 성과가 낮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3회에 걸쳐 진행된 비전 워크숍에 참여한 바, 통상 1회 워크숍에서 도출되는 비전과 비교할 때 도출된 아이디어의 수준이 사못 다르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동일한 주제를 여러 번에 걸쳐 회의를 한다면 즉흥성으로 인한 오류를 최소화하고 참여자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으므로 성과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워크숍을 함에 있어 우리는 미리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워크숍을 의뢰하는 사람이 그 분야에서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엄연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과연 해당 주제가 항상 정해져 있는 답이 있을까요? 여러 사람이 관여된 주제는 계속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관여하는가에 따라, 주위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따라, 주제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논의 기간 동안 수집되는 정보에 의해 달라짐에 따라 주제의 문구는 정해져 있으나 그 내용이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워크숍을 할 때 정답이 없었는데 워크숍 후에 결과가 나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분명하지 않으므로 성과가 낮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부분은 다소 궤변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오늘 제가 수집한 디자인씽킹 자료 중 동영상을 보면서 소통과 참여를 중요시 하는 관점으로 바뀌는 순간 성과에 대한 생각도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동영상에서는 프로토타이핑을 강조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 이유는 최종 제품으로 완성하는 순간까지 나오는 모든 제품은 프로토타이밍이라는 미완성의 결과라고 강사가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성과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최선의 답을 찾겠다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답이 나와 주기를 기다리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