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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할 수 없는데 소통이 가능할까?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데 신뢰할 수 있을까?

그 다음 질문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나에게 유리한 정보는 제공하고, 불리한 정보는 숨기는 것이 투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질문으로 작성해 보니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아는 답은 실제 상황으로 들어가면 답대로 실행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여기 나오는 투명성, 신뢰, 소통 등 핵심 단어는 모두 알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특성을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들을 보면 실행에 옮김으로써 추가적인 확산위험을 막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아는 대로 실행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투명성이 앞에 위치하는데 정보를 통제할 수 없는 시대에서 최선책은 투명한 공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투명성은 공개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열린 마음을 갖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위해 나의 상황을 상세히 공유하고자 할 때, 정답을 정해 놓지 않고 함께 고민하여 답을 찾아 보자고 진정성을 갖고 얘기할 때 비로소 다른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기업·국가 신뢰 높이는 핵심은 투명한 소통

최저임금·신고리 원전 등 사회적 갈등 이슈 `홍수`정보과잉이라는 혼돈에서 소비자·국민이 원하는 건 옳은 정보와 믿음 주는 것



위기관리 전문가 이보형 마콜 컨설팅그룹 CEO


"위기관리가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잘못된 위기관리로 인해 기업과 국가의 활동이 심각하게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예측 가능한 위기들로 통제가 가능한 시대였다면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개인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위기관리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마콜컨설팅그룹을 이끄는 이보형 대표는 최근 들어 위기관리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양상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20년 가까이 위기관리 전문가로 활동해 온 그는 2005년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선정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첨예해졌을 때 지역 주민과 정부 간 중재 역할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당시 지원금보다는 책임 있는 자세를 강조하는 컨설팅으로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신종플루(H1N1) 발생 때도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의 기조를 수정하는 컨설팅을 담당했다. 그는 당시 '낮은 수준의 정보 과잉'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고, '적시성·예측가능성·투명성'으로 메시지의 전달 방향을 바꾸는 조언을 하는 등 다양한 정책과제 수행에서 갈등관리의 성과를 보여줬다.

그는 이렇듯 공공영역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의 위기관리를 맡아온 경험이 풍부하다. 2000년 초반 '퍼블릭 어페어즈(public affairs)' 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이력도 갖고 있다. 이는 정책과 규제를 포함해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정치·사회 영역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활동으로 국내 많은 컨설팅 회사들이 이를 도입하게 하는 촉매 구실을 했다.

이 대표는 "과거 경험을 토대로 보면 위기의 대부분은 '예측 가능성'에 대한 관리가 잘못돼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위기가 발생했을 때 2차, 3차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커다란 위기 상황을 떠안은 셈입니다. 국가적으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도 마찬가지죠. 가령 원전이 폐쇄될 경우와 유지될 경우에 대해서 투명하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데 갑자기 진영 논리까지 더해지면서 혼란에 빠져버렸죠."

그는 리더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도덕을 요구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를 'CEO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의 CEO는 경영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면도 뛰어나야 하고 동시에 사회공헌에도 힘써야 한다는 기대 수준이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그들의 활동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 됐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기업이든 국가든 갈등 이슈에 대해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통제'라는 개념은 통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든 국민이든 메시지를 전달할 때 투명함을 보여줘야 결국 신뢰를 쌓을 수 있죠. 방폐장 선정 때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용어 사용과 정보 전달로 결국 주민투표 90% 찬성이라는 결과를 도출해냈죠. 신종플루 때도 백신의 공급 가능 시기를 정확히 알림으로써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위기관리에서 신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과거의 교훈들입니다."

[이윤재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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