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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사회

일반인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 수준

이상훈 퍼실리테이터 2017. 2. 27. 22:06

대통령 탄핵 사건을 계기로 일반인의 법률 지식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은 저로서도 연일 보도되는 법리공방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를 접하면서도 예전과 다르게 관심가는 분야에 대하여는 그 용어의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보도자료를 보면서, 그리고 그 내용을 지인 혹은 친구들과 의견교환하는 과정에서 법적인 용어에 많이 친숙해졌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용어가 탄핵인용과 탄핵기각이고, 기각과 각하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전문용어는 전문분야의 지식을 농축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현실 상황을 구분하기 위한 명확한 정의입니다. 전문용어는 일반인이 전문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첫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상적으로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일반인은 굳이 전문용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이 전문분야와 연관된 사안과 관련을 맺게 될 때 전문용어는 이해를 가로막는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또는 강의를 하는 저는 참석자들에게 강의내용을 전달할 때 가급적 전문용어를 피하고 참석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를 들거나 비유를 합니다. 왜냐하면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순간 전달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전문용어가 특별한 단어가 아닌데 참석자 그룹에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외래어 혹은 한자어인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들면 퍼실리테이터가 많이 사용하는 그라운드룰이란 단어는 퍼실리테이션을 아는 분들에게는 이해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기본 규칙 혹은 지켜야 할 약속 등으로 설명하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편할 것입니다.


오늘 저는 영세납세자 보호관으로서 역삼세무서에서 상담자 역할을 하는 동안 이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세무사로서 대리업무를 하지는 않지만, 몇 개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부딪힌 이슈를 해결해 보고 세무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여 상담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제가 경험한 분야에 대하여는 전문가로서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고 상담요청자가 만족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제가 경험하지 못한 분야에서는 상식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었고 상담요청자도 불만을 갖고 떠나는 뒷모습을 보아야 했습니다.


사업자등록 창구가 붐비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기다리는 시간을 활용하여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상담을 하는 동안 문득 상담요청자들이 자신이 이해하고 알아야 하는 범위와 전문가인 세무사에게 의뢰해야 하는 범위를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올라가면서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범위가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전에는 전문가에게 확인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 피해가 크기 때문에 실수를 줄이기 위해 도움을 받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전문가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무분야에 대하여 좀 아는 일반인으로서 저는 누가 전문가인지 구분하는 기준으로서 제 주변에서 믿을 만한 분의 소개를 받아 상담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상담내용을 인터넷에 올려져 있거나 국세청 홈택스의 상담사례와 비교하고 검증할 것입니다. 만약 이미 제가 알고 있는 전문가가 있다면 몇 개의 핵심질문을 준비하여 질의답변을 통해 의뢰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만약 소개받거나 아는 분이 없다면 인터넷에 올려진 글들을 보고 인지도를 감안하여 의뢰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믿을 만한 전문가가 없다면 제가 직접 알아보고 진행할 것입니다.


저의 이러한 기준은 일반인들이 전문가를 선별하는 기준과 크게 다를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의 전제는 해당 분야에 대하여 본인이 가장 절실하므로 책을 보든지 혹은 인터넷을 검색하든지 혹은 지인에게 문의를 하든지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상당한 지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관계 혹은 인맥으로만 문제가 해결되는 사회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그 노력을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옛날보다는 전문지식의 장벽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습득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사실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재의 방법을 학습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해결방안을 탐색하는 노력을 국민 개인이 실행할 때 사회적 자본도 축적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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