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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사회

숫자에 대한 생각

이상훈 퍼실리테이터 2017. 2. 21. 20:00

오늘 점심식사를 하면서 상기 책에 대한 얘기가 오갔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국가의 예산을 좌지우지한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은 과연 예산의 몇% 혹은 얼마를 쥐고 흔들었을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답을 모르겠지만 궁금한 사람들이 많은지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릴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저는 회계사로서 금액과 관련된 숫자가 나오면 검증을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검증을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 숫자가 어떻게 계산되었는지 산출식 혹은 세부내역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산출과정을 검토하다 보면 가장 세부적인 내용까지 들여다 보게 되고, 이를 위해 회계에 대한 기초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회계시스템 관련 일을 하면서 회계관련 보고서들의 숫자간 상관관계가 명확해야 그 숫자는 정당성을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활동은 대부분 금액 숫자라는 흔적을 남기게 되고, 그 흔적이 정당화되어야 투명한 사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들, 그리고 현금으로 결제하면서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 흔적이 지워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요즈음 IT가 발달하면서 편리한 기능들을 사용하다 보면 우리가 하는 활동이 모두 저장되어 누군가는 이를 모니터링하거나 혹은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의를 가진 대부분의 결제활동주체와 달리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편리한 기능을 마다 하고 흔적이 남지 않는 방법을 찾으러 다닌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거래의 경우 우리가 굳이 신경쓰지 않더라도 나중에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비정상적인 거래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회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법꾸라지처럼 분식회계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로 위장하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회계를 몰라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상기 책 제목을 보면서 아직 우리는 숫자, 특히 회계적인 금액에 대한 기본 지식이 너무 빈약한 것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금액 숫자만 나오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고, 작은 금액을 일일이 맞추려 드는 행동을 아직도 좀스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이상 금액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데 생각보다 회계금액에 대하여 치열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회계에 대한 사명감 혹은 직업윤리 의식 때문에 인간관계가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액 차이가 크지 않은데 원칙을 따져 처리를 하려 하다보니 불필요한 이견이 생기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데 저는 이경우에도 이견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보고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합니다. 작은 금액 차이가 사실 관계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금액의 산출과정은 논리적일 수밖에 없고, 예외적인 처리가 용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원칙은 깨지고 이는 향후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오늘 불편한 상황을 하나 경험하면서 관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불거지지 않던 불편함이 나옴으로써 서로에 대한 생각이 읽혀지게 되고, 과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지 혹은 끊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침소봉대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이 경험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게 했습니다. 오늘의 불편함이 아마도 오래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집니다. 한편으로는 아는 것이 병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중에 더 불편해지느니 징후가 감지될 때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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