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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성진의 소통방통(1) 소통하고 싶나요? 이것부터 하세요

우리는 회사에서, 가정에서, 또는 친구들과 소통이 잘 되길 원한다. 하지만 불통으로 그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원인은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 나에게 있다. 내 의견이 전달되고 이해되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은 자기중심적이어서 소통이 더욱 힘들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소통은 시작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전하는 소통의 기술. <편집자> 

 

[사진 pixabay]

10대, 20대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빠다. 나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자녀들과의 소통 순위 1% 안에 들어간다고 착각하면서 산다. 같이 책을 쓰고 모임을 하는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평가해 줄 때가 있다. 그런데 아들 입장에선 불통일 때가 많은가 보다. 한 번은 이런 대화가 오고 간 적이 있었다.

"영빈아,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 그들의 성공과 실패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 엄청 도움이 될 것 같고, 그런 것을 정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야. 아빠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20세 청춘의 명사 100인 인터뷰' 이런 것 해 보면 어떨까?“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큰아들은 이렇게 답했다. "좋은 얘긴데, 아빠 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어요!"

나는 엄청 답답해진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아들과 인터뷰 정도는 부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그들과 만남이 얼마나 녀석에게 도움이 될지 알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그래서 다시 한번 이렇게 말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보면 네가 앞으로 어떻게 사는 게 좋을지 도움도 되고 무슨 일을 하든지 도와줄 수도 있는데 너는 왜 그걸 안하려고 하냐? 지금이 딱 그런 경험을 쌓아가면서 고민해야할 시긴데..." 이런 대화를 마무리 하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듣지? 내가 다른 아빠들처럼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아닌데, 요즘 애들과는 정말 소통이 안돼!' 

하지만 아들은 이렇게 대꾸한다. "아빠는 맨날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기 스타일의 삶만 이야기해. 내 얘긴 제대로 안 들어!” 소통은 실패한다. 사랑이 부족해서? 질문하는 스킬이 부족해서? 왜 이런 식의 수많은 대화가 실패로 끝나는 것일까?  

소통은 중요하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정치판에서도 소통이 문제라고, 소통이 안 되어서 고통스럽다고 한다. 소통이란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이다. 상대방과 서로 말하면서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것, 그것이 소통이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다. 더구나 나이 50이 넘어서 중년이 되면, 이 소통의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소통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거절당하는 경험까지 하게 된다.

왜 소통이 안 되는걸까? 왜 나이가 들어 꼰대가 되면 소통이 힘든 걸까? 어떻게 하면 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진 Freepik]

직장생활 20년이 넘으면 조직 내 후배들이나 나보다 젊은 상사와의 소통이 문제가 된다. 요즈음 젊은 친구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낙하산이든 스카웃이든 나이 어린 상사가 경험도 없으면서 맘대로 조직을 운영하고자 할 때 더욱 그렇다.집에 들어가면 다 커버린 아이들은 아빠와 대화가 잘 안된다고 한다. 맨날 옛날 얘기만 한다고 싫어한다.  

하지만 아빠도 그렇다. 맨날 옛날 이야기만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아빠가 보기에 아들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좀 달라져야 할 것 같고, 미래를 위해 다른 모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랑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인데, 돌아오는 반응은 시베리아 벌판에 홀로 서 있는 것보다 더 싸늘하다. 그런 싸늘함을 경험하면서 아이들과 소통은 정말 어렵다며 포기해 버리게 된다.

일년에 한두번 만나는 친구들, 고교·대학 동창들과도 예전처럼 소통과 공감이 잘 안된다. 졸업 후 전혀 다르게 살아온 세월이 함께 한 짧은 시간을 이겨버린다. 함께 하고 싶고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힘들어지면서 점점 외롭고 두려워지는 것이 50대 이후의 삶이다.

소통의 문제는 만만찮다. 그래서 소통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수많은 스킬과 원칙이 탄생했다. 목소리가 문제다, 바디랭귀지를 고쳐라, 경청의 태도가 필요하다, 대화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나도 참 많은 책들 보고 강의도 들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소통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을 때가 많다. 변화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왜 소통이 안 될까?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직장에서 후배 직원들과 소통하고 싶은가?, 아니면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후배들을 찾고 있는가? 다시 질문해 보자. 집에서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은가? 아니면 아들이 내 얘기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갔으면 좋겠는가? 생각해 보자.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의 삶과 생각이 궁금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가? 아니면 나와 맘 편하게 지냈던 그 친구는 어디 가고 자기 얘기만 하는 친구만 남아서 짜증날 때가 많은가?

[사진 pakutaso]

소통의 부재를 탓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은 소통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통이란 뜻이 ‘서로’ 통하는 것이다. 직장 선배나 상사가 하는 이야기를 잘 알아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모습을 우리는 소통이라고 하지 않는다. 부모가 하는 말을 아이들이 잘 듣는 것을 보고 소통이 이루어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우리는, 꼰대들은 그렇게 소통하고 싶을 때가 많다. 아내가 내 말을 잘 듣고 아이들에게 전달해서 아이들이 내 맘처럼 움직이는 소통을 원하고, 후배들이 자기들 의견 깔끔하게 접고 내 말을 듣고 따라주는 소통을 원한다. 그래서 너무나 자주 그 소통들은 실패한다.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소통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의견이 전달되고 이해되기만을 바라면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소통 관련 많은 기술과 고민 이전의 문제다. 먼저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소통하고 싶은가?" 소통하는 마음은 이런 것이다.소통의 상대가 누구이든,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고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마음,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소통은 시작된다.  

소통이 안 되면, 때로는 힘들어 미칠 것 같고, 소통이 안 되는 것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때 생각해 보라. 정말 나는 소통하고 싶은가? 정말 나는 상대가 하는 말을 듣고 이해하고 인정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예스라고 답할 수 없다면 단언컨데 소통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소통하고 싶은가? 나이 들고 경험이 굳어 쉽지 않겠지만 소통하겠다는 마음, 태도가 터닝 포인트다. 그래야 소통이 시작된다!

신성진 배나채 대표 truth64@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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