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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성진의 소통방통(2) "왜 너는~" "왜 당신은~"…불통의 시작

우리는 회사에서, 가정에서, 또는 친구들과 소통이 잘 되길 원한다. 하지만 불통으로 그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원인은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 나에게 있다. 내 의견이 전달되고 이해되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은 자기중심적이어서 소통이 더욱 힘들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소통은 시작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전하는 소통의 기술. <편집자>  

나이가 들고 경험이 늘어가면서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일터에서 만나는 후배나 젊은 파트너에게 일이 무엇이고 사업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야 하고 철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자녀에게도 해줘야 할 말이 참 많다. 말을 하게 하는 마음은 사랑과 걱정이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무관심과 무책임이라는 생각. 생각이 있는 어른이라면 이럴 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말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깊어진다. 

그래서 50이 넘어가면 말이 많아진다. 그런데 그렇게 말을 많이 주고받으면서도 ‘소통’이라는 단어를 접하거나 잘 통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면 늘 답답하고 부족하다. 말은 많은데 소통은 부족하다. 왜 소통이 안 될까? 그 이유는 나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소통을 잘하는 여러 이유 중에서 이번에는 나를 드러내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사진 Pexels.com]

소통을 가로막는 우리의 이야기들은 주로 이렇게 시작한다. “왜 너는~~~” “왜 당신은~~~” “왜 김 과장은~~~.” 주로 누군가를 지목해서 말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일 처리가 깔끔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고, 공부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매번 집안 꼴이 지저분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화가 났다는 건지, 공부를 하라는 건지, 나랑 얘기하기가 싫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이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상대들끼리의 대화가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감정, 생각을 좀 더 잘 드러내놓으면 대화와 소통이 잘 이루어질까? 우리 가족 중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왜 당신은 맨날 이렇게 늦는 거예요!”이런 말을 들으면, 몇 가지 반박의 감정들이 치밀어 오른다.
첫째, 맨날 늦지는 않는다.
둘째, 그러는 너는 왜 그렇게 외출이 많냐?
셋째, 맨날 늦는데, 그래서 어떡하라고? 내가 노냐?

소통을 가로막는 대화의 가장 전형적인 유형이 상대를 단정하면서 판단해버리는 것이다.이 표현은 ‘당신’으로부터 시작한다. 늦은 것도 당신, 공부 안하는 것도 당신, 술 먹은 것도 당신이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그러데 이 맞는 말들은 소통보다는 반발을 공감보다는 공격을 불러온다.  
나 표현법의 위대함 
 

[사진 Stocksnap.io]

그러면 이제 나로 시작하는 말과 표현을 생각해 보자. 공부하지 않고 하루 종일 노는 것 같이 보이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왜 맨날 공부안하고 게임만 하고 있냐?” 그런데 아들은 맨날 게임만 하지는 않기 때문에 화가 난다.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 “영빈아, 아빠는 니가 공부안하고 게임만 하는 것 같이 보여 걱정이 많이 돼! 시기를 놓치면 엄청 힘든 일들이 있는데, 공부가 그렇거든!”이런 표현이라고 아들이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그런데, 이 말에는 아빠의 감정이 정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걱정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표현에 공격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집이 정리가 안 되어 있으니 집에 들어오면서 짜증이 나는 것 같애. 기분 좋게 집에 오고 싶은데...”라고 아내에게 말하면 어떨까? ‘왜 당신은 매일 집을 이렇게 지저분하게 해 놓는 거야!’라는 표현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을 보게 될 것이다.
대화속에 나를 제대로 담기 
 

[사진 Stocksnap.io]

사실 나 표현법은 그리 쉽지 않다. 무엇보다 어색하고 불편하다. 사실 내 감정을 나도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상대가 늘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소통을 원하는 중년이라면 반드시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의 100% 소통이 실패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조금씩 나를 드러내는 데 익숙해지기 위해 이런 연습을 해 보자.

1. 세줄 일기 쓰기= 매일 내가 살아온 하루를 보내면서 감정과 느낌을 짧게 정리해 보자. 도구가 필요한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세줄일기를 검색해 보면 다양한 활용법을 쉽게 알 수 있다.
2. 감사일기 쓰기=감사일기는 유익한 습관이다.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유혹과 스트레스를 이기는 힘을 갖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 감사와 기쁨의 단어를 많이 알게 해 준다. 
3. 가족들과 카톡하기=어쩔 수 없이 SNS가 대세인 시대다. SNS를 활용해 따뜻한 감성 대화를 시도해 보자. 처음에는 비웃는 것 같던 가족들이 점점 공감의 동지가 될 것이다.

소통을 잘하는 방법은 말을 많이 하거나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 속에 나를 제대로 담는 것이다.

신성진 배나채 대표 truth64@hanmail.net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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